어머니와 국숫집 하는 함박이한 사내에게 칼 한자루 사는데…만추의 밤비는 을씨년스럽다.흐트러진 낙엽을 때리는 굵은 빗줄기는 ‘투두두둑’ 콩 타작하는 소리를 냈다.국숫집 함박이는 호박죽을 끓이다 말고 시시때때로 들창을 열고 빗줄기를 가늠했다.초상집에 가신 엄니가 언제 오시려나 걱정하고 있는데 대청마루에 걸어둔초롱불이 꺼지고 소리 없이 부엌문이 열렸다.“엄니” 함박이가 고개를 돌렸다. 문을 꽉 채운 시커먼 물체,그리고 가느다란 불빛을 모두 빨아들이며 번쩍이는 칼.“누구세요? 칼 장수예요?” 대답이 없다.“비를 맞았군요. 여기 아궁이 앞에 앉으세요.”함박이가 조용히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 남자의 손에서 칼을 받아 쥐고도마 위 파를 썰었다.“너무 좋네요. 손잡이가 내 손에 꼭 맞고 칼날도 마음에 쏙 드네요.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