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춘향골 2024. 1. 30. 12:56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옛날, 박상길이라는 백정 출신이 푸줏간을 열었는데, 
박상길을 아는 양반 두 사람이 시장에 들렀다가 이 푸줏간으로 들어왔다.

첫번째 양반 한 사람이 주문했다. 
“야, 상길아! 고기 한 근만 다오.”
“예, 여기 있습니다.”
박상길은 양반이 주문한 고기 한 근을 베어 내놓았다.

두 번째 양반도 고기를 주문하려는데 
박상길의 나이가 꽤 든 것 같은지라 말을 좀 다듬었다.  
“박 서방, 나도 고기 한근 주시게나.”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한 박상길은
처음보다 훨씬 많은 양의 고기를 썰어
두 번째 양반 앞에 내놓는 것이었다.
먼저보다 두 배는 족히 되어 보였다.

그러자 첫 번째 양반이 역정을 내며 말했다.
“아니 이놈아! 같은 고기 한 근을 주문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난단 말이냐!”  
“예, 그거야 앞엣 고기는 상길이가 잘랐고,
뒤엣 고기는 박 서방이 잘라서 그렇습니다."  
 
박상길이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말하니
앞의 양반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상길이와 박 서방은 이렇게 다른 사람이다.
아니, 말 한마디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이렇게 다른 것이다.

사람을 신분이나 나이는 물론 계급이나
생김새로 구분해서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입은 옷이나 소유나 재산이나
타고 온 자동차나 외양으로
대우해선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말 한마디에 상길이와 박 서방이되는 것처럼, 
인간의 감정이란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깊은 면이 있다. 
 
인생이 실패하는 이유 중에서 80%가
인간관계의 실패 때문이라는 얘기도, 알고 보면 사람과
대화 중의 실패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인지도 모를 일이다.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은혜스런 말 한마디가 길을 평탄하게 하고
부드럽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주고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줍니다.

역사이래 총이나 칼에 맞아 죽은 사람보다
혀끝에 맞아 죽은 사람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합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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