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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의 유래

춘향골 2023. 7. 28. 14:09

소나기의 유래 


옛날에 한 스님이 무더운 여름날 동냥으로 얻은 쌀을 자루에 짊어지고 가다

큰 나무 그늘에서 쉬어가게 되었는데,

때 마침 농부 한 사람이 소로 논을 갈다가 그 나무 그늘에 다가와 함께 쉬게 되었습니다. 


‘곧 모를 내야 할 텐데 비가 안 와서 큰일이네요. 날이 이렇게 가물어서야, 원.‘
농부가 날씨 걱정을 하자 스님은 입고 있던 장삼을 여기저기 만져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해지기 전에 비가 내릴 겁니다.”
그러나 농부는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에이, 스님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아, 이렇게 쨍쨍한 날 무슨 비가 온단 말입니까?”
“두고 보시지요. 틀림없이 곧 비가 올 겁니다.” 


스님은 비가 온다고 하고, 농부는 비가 오지 않는다며

서로 제 말이 옳다고 우기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럼, 어디 내기를 합시다. 스님 말씀대로 해 지기 전에 비가 오면 저 소를 드리지요.”
농부는 비와 관련된 농사일에 오랜 경험이 있는지라

날씨에 자신하며 소를 걸고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소까지 걸었으니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좋습니다. 소승은 가진 게 이 쌀밖에 없으니, 지면 이 자루에 든 쌀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스님도 스님대로 자신을 가지며 하루 종일 동냥한 쌀을 모두 내놓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고 나서 농부는 다시 논을 갈고 스님은 나무 밑에서 한참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른하늘에 천둥이 쳤습니다.
곧이어 시커먼 비구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뭉게뭉게 모여들더니

곧 장대 같은 빗줄기가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농부는 비에 흠뻑 젖어 소를 몰고 나무 밑으로 왔습니다.
농부는 내기에서 진 것보다 농사일에 도움이 되는 비가 내려

소를 잃게 됐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좋아했습니다.
“스님, 참으로 용하십니다. 갑자기 비가 올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 예. 소승이 입고 있던 옷을 만져보고 알았지요.”
“예? 옷을 만져보고 어떻게 알지요?”
“네, 소승의 옷이 눅눅해지는 걸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소승들은 빨래를 자주 못 하니까
늘 옷이 땀에 젖어 있지요.
땀은 곧 소금이니, 물기가 닿으면 눅눅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아까 소승의 장삼을 만져보니 몹시 눅눅했는데,

이것은 공기 속에 물기가 많다는 증거이므로 곧 비가 오리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런 이치가 숨어 있었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주먹구구식으로 제 경험만 믿고

큰 소리를 치다가 보기 좋게 지고 말았습니다.
약속대로 소를 드리겠습니다. 몰고 가시지요.”
농부가 아깝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스님은 껄껄 웃으면서 소고삐를 잡았다가 다시 농부에게 넘겨주며...
“소승에게 이 소는 아무 소용이 없지만 농부님에게는 중요하지 않습니까?
농사짓는 일에 소만큼 큰일을 하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이 소를 드릴 터이니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농사나 잘 지으십시오.”
스님이 떠나자마자 장대같이 쏟아지던 비가 뚝 그치고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이 하늘도 금세 맑아졌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뒤로부터 여름날에 갑자기 쏟아지다가 뚝 그치는 비를

농부가 소를 걸고 내기를 해서 생겨난 비라 하여 '소내기'라고 불리었는데.
변형되어 오늘날 '소나기'라고 불리게 된 것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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