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 야설, 고전

장님과 벙어리의 천생연분

춘향골 2024. 4. 3. 14:25

장님과 벙어리의 천생연분

사주팔자를 봐주고 택일도 해주는 허봉사는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지만

족집게로 소문나 운세를 보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돈도 알뜰히 모아서 번듯한 기와집에 마음씨 고운 색시도 얻었지만

지난해 얻은 부인은 벙어리다.

말 잘하고 돈 잘버는 장님 남편에 영리하고 마음씨 고운 벙어리 마누라는

부부싸움 한 번 없이 집안에 웃음소리가 끊어질 날이 없었다.

그러나 장님인 허서방과 벙어리 부인을 보는 모든 친지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둘 다 장님이면 말로 소통이 되고, 둘 다 벙어리면 글이나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면 될 터인데,

말로 하자니 부인이 막히고 글이나 손짓 발짓으로 하자니

허봉사가 깜깜이니 무슨 수로 서로가 뜻이 통할꼬!

그러나 허봉사와 벙어리 부인을 걱정하던 친지들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날 저녁 허봉사가 일을 마치고 벙어리 부인과 겸상으로 주거니 받거니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 맛있게 담배 한모금을 길게 내뿜는데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허봉사가 부인에게 대문 밖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보라 하자

벙어리 부인이 나갔다가 한참 만에 돌아왔다.

허봉사가 무슨 일인지 궁금해 묻자 벙어리 부인이 다가와 앉아서

자신의 옷고름을 풀고 허봉사 손을 끌어서

자신의 유방 사이에 사람 인(人)자를 쓰게 하고는 양쪽에 있는 젖꼭지를 만지게 했다.

허봉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빙긋이 웃으면서 사람 인(人)자의

양옆에 젖꼭지 두 개의 점이 있으므로 불화( 火)자라 어디서 불이 났구나 했다.

허봉사가 어디서 불이 났는지 묻자 벙어리 부인이 허서방의 손을 당겨서

자신의 치마 밑으로 끌고가 옥문에 갖다 댔다.

허봉사가 마누라의 옥문위에 손가락을 갖다 대자 젖꼭지를 만진 뒤끝이라

부인의 옥문이 흥건하게 젖어서 옥수가 흘러 넘치고 있었다.

허봉사는 강건너 양근산과 음문산 산자락이 서로 맞닿는 골짜기의 물이 많은 동네

수동(水洞)에서 불이 났구나 하였다.

벙어리 부인은 딱딱 잘 맞추는 남편이 대견스럽고 아직도 치마 밑에서 손을 빼지 않고

수동 언저리를 맴도는 게 좋아서 허봉사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수동마을 누구네 집에서 불이 났는지 묻는 허봉사의 물음에 부인은 허서방 목을 꼬옥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허봉사는 입 구(口)자 두 개가 합쳐졌으니 여(呂)서방 집에서 불이 났구나 하고 말했다.

이번에는 허봉사가 얼마나 탔는지 묻자, 마누라는 허서방 허리춤에 손을 넣어

양근을 잡고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꼿꼿이 세웠다.

그러자 허봉사는 모두 타고 기둥만 남았으니 내일 쌀을 한가마니 보내줘야 되겠다고 했다.

아직도 허봉사 손은 부인의 옥문을 휘젓고 부인의 손은 허봉사의 곧추세운 양물을 쥐고 있다.

잠시 후에 호롱불이 꺼지고 허봉사네 집의 안방은 구들장이 꺼질 듯이 흔들리고

부인의 감창 소리가 담을 넘었다